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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계몽기 서양영웅전기 번역총서' 전 17권 완간

입력 2025-07-30 20:02

일제 금서 포함된 계몽기 영웅전기, 현대어 번역으로 다시 읽다

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계몽기 서양 영웅전기 번역총서' (사진제공=숭실대)
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계몽기 서양 영웅전기 번역총서' (사진제공=숭실대)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숭실대학교(총장 이윤재)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원장 박삼열)은 ‘근대계몽기 서양영웅전기 번역총서’(전 17권, 보고사)를 2025년 상반기 중 완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총서는 대한제국 시기 지식인들이 국권 침탈의 위기 속에서 민중의 각성과 독립국가 건설을 염원하며 간행한 ‘서양영웅전기’를 현대 한국어로 재번역한 총서다. 1907년부터 1910년 사이 간행된 해당 전기들 가운데 일부는 일제 통감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민족의 고난과 분열을 딛고 건국이나 독립을 이끈 '서양영웅'들의 삶과 활동을 소개하는 총서에는 알렉산더 대왕, 잔 다르크, 나폴레옹, 워싱턴, 프랭클린, 비스마르크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정치·군사 지도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삶을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독립과 근대국가 건설의 이상을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전기들은 대부분 국한문 혼용체 혹은 고어체로 기록돼 현대 독자들에게는 접근이 어려웠고, 외국 서적을 저본 삼아 당대의 문제의식에 맞춰 편집된 경우가 많아 정밀한 번역 작업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원문 번역과 더불어 상세한 역주를 달고, 원서를 영인 부록으로 수록해 학술적 활용도까지 높였다.

연구원은 이 번역총서가 한국학 및 인문사회 분야의 귀중한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계몽기 서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교양도서로 읽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작업은 2017년부터 2025년 4월까지 8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 숭실대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의 출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근대 전환공간의 인문학, 문화의 메타모포시스’라는 연구 아젠다 아래, 근대 문명 전환기의 생활문화와 가치관 형성 과정을 탐구해온 HK+사업단은 이번 영웅전기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계몽기 담론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했다. 번역에는 연구원 소속 고전문학·현대소설 전공 교수진과 국문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박삼열 원장은 “이번에 완간된 ‘근대계몽기 서양영웅전기 번역총서’는 서양 영웅담이 당대 조선의 근대화와 계몽운동을 촉진하고, 애국심과 독립정신을 어떻게 고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가 큰 자료”라며 “근대 공화국 시민의 정치적 정체성과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계몽기 서양 영웅전기 번역총서' 목록 (사진제공=숭실대)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계몽기 서양 영웅전기 번역총서' 목록 (사진제공=숭실대)
또한, 박 원장은 “총서에 포함된 17권 중 8권이 일제에 의해 금서로 지정됐다는 점은 이 책들이 단순한 전기가 아닌 식민지 지식인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당시 지식인들이 생산한 저항 담론으로서의 영웅전기에 주목해 향후 총서에 대한 심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근대계몽기 서양영웅전기 번역총서’의 출간을 계기로 ‘금서인문학’을 주제로 특성화 연구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개항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금서로 지정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초자료를 축적해, 각 금서의 내용과 맥락을 소개하고 한국 근대 지식문화의 전개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한국 근대전환기 담론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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